“북 출산율, 1980년대 이후 큰 폭 하락세 지속”
앵커: 북한의 출산율이 198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번에 제시된 해당 기간 북한 출산율 추정치는 유엔의 추정치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북한지역 저출산 발생원인에 대한 실증적 접근’ 보고서.
이주영 연구위원과 김기호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탈북민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북한의 합계출산율을 추정한 결과, 북한의 합계출산율이 1980년대 이후 2010년대까지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15세부터 49세까지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한 국가의 합계출산율이 2.1 이하일 경우 ‘저출산’으로 분류됩니다.
이들이 추정한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80년대 2.53명,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1.88명, 2000년대 1.55명, 2010년대 1.39명입니다.
앞서 2022년 유엔(UN)이 탈북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북한 출산율 추정치는 1980년대 2.61명, 1990년대 2.17명, 2000년대 1.96명, 2010년대 1.85명으로,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한 추정치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하락추세를 이어가는 모습은 동일합니다.
이 연구위원과 김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은 저소득 국가임에도 합계출산율이 중상소득 국가와 유사하게 낮은, 특이한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표본수가 충분히 확보된 1960년대생, 1970년대생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1970년대생이 1960년대생에 비해 출산 확률이 크게 낮아진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추산한 1960년대 출생한 북한 여성의 평균 출생아수(39세까지 누적기준)는 1.86명이며, 1970년대 출생한 북한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39세까지 기준)는 1.57명입니다.
이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1970년대생의 경우 1990년대 경제위기 시대와 결혼적령기가 겹치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여건도 악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또 ‘고난의 행군’ 등 1990년대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북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증대했고, 특히 1970년대생은 출산 여건이 열악한 장마당 소매업 종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출산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장마당 소매업 종사자의 경우 육아시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출산율이 낮을 가능성이, 배우자가 간부가 아니어서 소득 안정성이 낮거나 저소득가구에 속해 출산율이 낮을 가능성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주영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이주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1970년생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한 시점에 장마당이 활성화가 됐거든요. 그때부터는 여성들이 나와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죠. 1970년대생들은 이제 경쟁이 점점 심화되지 않습니까? 애 키울 시간이 없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출산율이 낮아진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평양산부인과 병원의 병실에서 임산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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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이들은 1960~1979년 기간 중 출생한 북한 여성들에 대해 실증 분석한 결과, 장마당 참가자 외 대학졸업자, 도시거주자 등의 경우에도 출산 확률이 유의미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최근 북한의 저출산 추세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밝혔습니다.
[이주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북한도 어느 정도 시장경제화 현상이 발생하니까 한국에서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번 보고서는 2000~2018년 중 북한을 이탈한 탈북민 120명에게 북한 내 친척, 지인의 출산경험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조사기간은 2022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0월 31일까지입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세 자녀 이상인 다자녀 세대에 ‘다자녀 세대증’을 발급하고, 다자녀 세대 어머니에게 치료 우선권, ‘다산모치료권’을 지급하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12월 11년 만에 열린 ‘(제5차) 전국 어머니 대회’에서 낮아지는 출산율에 우려를 표하고 “자식 많이 낳아 키우는 게 애국”이라고 밝히는 등 출산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앵커: 북한의 출산율이 198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번에 제시된 해당 기간 북한 출산율 추정치는 유엔의 추정치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북한지역 저출산 발생원인에 대한 실증적 접근’ 보고서.
이주영 연구위원과 김기호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탈북민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북한의 합계출산율을 추정한 결과, 북한의 합계출산율이 1980년대 이후 2010년대까지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15세부터 49세까지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한 국가의 합계출산율이 2.1 이하일 경우 ‘저출산’으로 분류됩니다.
이들이 추정한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80년대 2.53명,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1.88명, 2000년대 1.55명, 2010년대 1.39명입니다.
앞서 2022년 유엔(UN)이 탈북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북한 출산율 추정치는 1980년대 2.61명, 1990년대 2.17명, 2000년대 1.96명, 2010년대 1.85명으로,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한 추정치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하락추세를 이어가는 모습은 동일합니다.
이 연구위원과 김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은 저소득 국가임에도 합계출산율이 중상소득 국가와 유사하게 낮은, 특이한 사례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이들은 표본수가 충분히 확보된 1960년대생, 1970년대생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1970년대생이 1960년대생에 비해 출산 확률이 크게 낮아진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추산한 1960년대 출생한 북한 여성의 평균 출생아수(39세까지 누적기준)는 1.86명이며, 1970년대 출생한 북한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39세까지 기준)는 1.57명입니다.
이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1970년대생의 경우 1990년대 경제위기 시대와 결혼적령기가 겹치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여건도 악화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또 ‘고난의 행군’ 등 1990년대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북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증대했고, 특히 1970년대생은 출산 여건이 열악한 장마당 소매업 종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출산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장마당 소매업 종사자의 경우 육아시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출산율이 낮을 가능성이, 배우자가 간부가 아니어서 소득 안정성이 낮거나 저소득가구에 속해 출산율이 낮을 가능성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주영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이주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1970년생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한 시점에 장마당이 활성화가 됐거든요. 그때부터는 여성들이 나와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죠. 1970년대생들은 이제 경쟁이 점점 심화되지 않습니까? 애 키울 시간이 없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출산율이 낮아진 게 아닌가 추측합니다.
평양산부인과 병원의 병실에서 임산부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REUTERS
[경제와 우리 생활] 김정은 "자식 많이 낳는게 애국" 출산율 오를까?
[란코프] 애국심으로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이밖에 이들은 1960~1979년 기간 중 출생한 북한 여성들에 대해 실증 분석한 결과, 장마당 참가자 외 대학졸업자, 도시거주자 등의 경우에도 출산 확률이 유의미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최근 북한의 저출산 추세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밝혔습니다.
[이주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북한도 어느 정도 시장경제화 현상이 발생하니까 한국에서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번 보고서는 2000~2018년 중 북한을 이탈한 탈북민 120명에게 북한 내 친척, 지인의 출산경험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조사기간은 2022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0월 31일까지입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세 자녀 이상인 다자녀 세대에 ‘다자녀 세대증’을 발급하고, 다자녀 세대 어머니에게 치료 우선권, ‘다산모치료권’을 지급하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12월 11년 만에 열린 ‘(제5차) 전국 어머니 대회’에서 낮아지는 출산율에 우려를 표하고 “자식 많이 낳아 키우는 게 애국”이라고 밝히는 등 출산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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