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관광객 “북한군 러 파병?” 북 안내원 “보내고 있다”
앵커: 지난 5년간 외국인의 입국을 철저히 통제해온 북한이 지난 20일 라선 경제특구에서 서방 관광객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번 관광에 참여한 프랑스 관광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 분위기를 전해드립니다. 보도에 박재우 기자입니다.
5년 만에 열린 북한 국경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기록을 남기는 프랑스인 피에르 에밀 비오 씨에게 북한 방문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는 북한 국경 개방에 대한 소문이 나올 때마다 주요 전문 여행사에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보내며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지난달 북한 라선 경제특구 개방설이 돌았고, 일부 여행사는 2월부터 관광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일 처음으로 서방 관광객을 받아들였는데, 비오 씨는 고려투어스(Koryo Tours)의 4박 5일 관광 상품을 통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5일 북한 여행을 마치고 막 홍콩에 도착한 비오씨와 이번 여행과 관련해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라선경제특구는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1년 지정한 특별경제구역으로,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맞댄 함경북도 북동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코로나19 국경봉쇄 이후 이후 러시아 관광객을 제외한 외국인 관광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당국이 지난 14일 북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에게 한국인,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에게 라선 관광을 공식 개방한다는 소식을 밝혔습니다.
비오씨와 일행은 중국 길림성 동북부에 위치한 연변자치주 주도인 연길 시에서 모여 북한 국경으로 이동한 후 ‘원정대교’라고 불리는 두만강대교를 통해 라선으로 이동했습니다.
북한 입국 절차는 수월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위생검사를 철저하게 진행했다고 비오씨는 설명했습니다.
[비오 씨] 북한 측에서는 상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며 절차도 비교적 원활했습니다. 다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백신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체온을 측정하고, 가방 소독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라선서 카드 발급받았지만 사용 못해”
4박 5일 기간 동안 일행은 해안 공원, 비파섬, 룡성맥주공장, 사슴 목장, 라선 소학교 방문 등 관광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비오 씨] 맥주가 예상보다 맛있었고, 매 식사 때마다 지역 맥주가 제공됐는데요. 우리는 거의 하루에 5병 이상의 맥주를 마신 것 같습니다. 대동강맥주 뿐 아니라 두만강맥주를 마셨습니다.
또한 체육관에서는 태권도 공연이 열렸고, 김치 만들기 체험도 진행됐습니다.
다만 서방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관광이였던 만큼 일정이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비오 씨] 아침마다 북한 당국과 협의하며 그날의 일정을 조정해야 했고, 저녁에 일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긴 했지만, 아침이 되어야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 때문인지 북한 가이드들도 평소보다 많았는데, 두명의 가이드 외에도 투어 경험이 없는 학생 두 명이 배치됐습니다.
비오 씨가 북한 가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비오 씨 제공
이들 중에는 외국인을 처음 본 20세 여대생 가이드도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라선은 북한이 인터넷, 은행 시스템 등 새로운 정책을 실험하는 곳으로, 일종의 경제 특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카드 결제 시스템이 시도된 지역으로 북한의 자본주의를 실행하는 곳인데요.
첫날 이들 관광객들은 현지 은행에서 현금카드를 지급받았지만 유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방문한 가게에서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대부분 거절당했습니다.
[비오 씨] 제 이름이 기재되지 않은 익명의 카드였습니다. 저는 25위안(약 4달러) 정도를 충전해 보았으나,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고, 중국 위안화(RMB)가 주요 결제 수단이었습니다. 다만, 택시 요금은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고 들었으나, 단체로 이동했기 때문에 사용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또한 호텔 내 와이파이 역시 신호가 약해 인터넷 사용이 어려웠으며, 유일하게 접속이 가능했던 곳은 중국, 러시아 국경 인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틈을 활용해 비오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북한 방문 소식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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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 씨가 여행 중 조러친선각에서 찍은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 당시 사진이 걸려 있다. /비오 씨 제공
‘러시아 파병 소식’ 알고 있는 북한 가이드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 강화가 이번 여행에서도 감지되었습니다.
관광 일정 중에는 북러 국경지역에 위치한 ‘조러친선각’ 방문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비오 씨가 촬영한 사진에는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조러친선각은 ‘김일성의 집’으로도 불리며 1986년 김일성 주석의 소련 방문을 앞두고 양측 우호를 기념해 북한과 국경을 맞댄 하산 지역에 세워진 장소입니다.
북한 가이드들은 정치적 질문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일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비오 씨]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에게 장난스러운 질문을 하면, 그는 아마도 대답하지 말라는 조언을 당국으로부터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북한-러시아 관계에 대해 물어보았고, (러시아 파병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로 사람들이 파견되고 있다’ 정도의 간단한 답변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북한군 약 1만2천명이 러시아에 파병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한 여행객들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서 헌화하고 묵념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비오 씨 제공
지난 23일은 북한에서 ‘광명성절’(김정일 생일)이었으며, 이 때문인지 관광 일정 중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되었습니다.
라선 시내 중심에 있는 언덕 위에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관광객들은 꽃을 사서 헌화하고, 반드시 묵념을 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비오 씨]우리가 첫 번째 관광객 그룹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했고, 모두 그렇게 했습니다.
이 밖에서도 투어 기간 동안 북한의 애국심과 김정은 우상화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들이 자주 ‘우리 위대한 지도자가 결정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김정은이 국민들에게 주택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업적을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이경하
앵커: 지난 5년간 외국인의 입국을 철저히 통제해온 북한이 지난 20일 라선 경제특구에서 서방 관광객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번 관광에 참여한 프랑스 관광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 분위기를 전해드립니다. 보도에 박재우 기자입니다.
5년 만에 열린 북한 국경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기록을 남기는 프랑스인 피에르 에밀 비오 씨에게 북한 방문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는 북한 국경 개방에 대한 소문이 나올 때마다 주요 전문 여행사에 지속적으로 이메일을 보내며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지난달 북한 라선 경제특구 개방설이 돌았고, 일부 여행사는 2월부터 관광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일 처음으로 서방 관광객을 받아들였는데, 비오 씨는 고려투어스(Koryo Tours)의 4박 5일 관광 상품을 통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5일 북한 여행을 마치고 막 홍콩에 도착한 비오씨와 이번 여행과 관련해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라선경제특구는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1991년 지정한 특별경제구역으로,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맞댄 함경북도 북동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코로나19 국경봉쇄 이후 이후 러시아 관광객을 제외한 외국인 관광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당국이 지난 14일 북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에게 한국인,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들에게 라선 관광을 공식 개방한다는 소식을 밝혔습니다.
비오씨와 일행은 중국 길림성 동북부에 위치한 연변자치주 주도인 연길 시에서 모여 북한 국경으로 이동한 후 ‘원정대교’라고 불리는 두만강대교를 통해 라선으로 이동했습니다.
북한 입국 절차는 수월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위생검사를 철저하게 진행했다고 비오씨는 설명했습니다.
[비오 씨] 북한 측에서는 상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며 절차도 비교적 원활했습니다. 다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백신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체온을 측정하고, 가방 소독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라선서 카드 발급받았지만 사용 못해”
4박 5일 기간 동안 일행은 해안 공원, 비파섬, 룡성맥주공장, 사슴 목장, 라선 소학교 방문 등 관광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비오 씨] 맥주가 예상보다 맛있었고, 매 식사 때마다 지역 맥주가 제공됐는데요. 우리는 거의 하루에 5병 이상의 맥주를 마신 것 같습니다. 대동강맥주 뿐 아니라 두만강맥주를 마셨습니다.
또한 체육관에서는 태권도 공연이 열렸고, 김치 만들기 체험도 진행됐습니다.
다만 서방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관광이였던 만큼 일정이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비오 씨] 아침마다 북한 당국과 협의하며 그날의 일정을 조정해야 했고, 저녁에 일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긴 했지만, 아침이 되어야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 때문인지 북한 가이드들도 평소보다 많았는데, 두명의 가이드 외에도 투어 경험이 없는 학생 두 명이 배치됐습니다.
비오 씨가 북한 가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비오 씨 제공
이들 중에는 외국인을 처음 본 20세 여대생 가이드도 있었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라선은 북한이 인터넷, 은행 시스템 등 새로운 정책을 실험하는 곳으로, 일종의 경제 특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카드 결제 시스템이 시도된 지역으로 북한의 자본주의를 실행하는 곳인데요.
첫날 이들 관광객들은 현지 은행에서 현금카드를 지급받았지만 유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방문한 가게에서 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대부분 거절당했습니다.
[비오 씨] 제 이름이 기재되지 않은 익명의 카드였습니다. 저는 25위안(약 4달러) 정도를 충전해 보았으나,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고, 중국 위안화(RMB)가 주요 결제 수단이었습니다. 다만, 택시 요금은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고 들었으나, 단체로 이동했기 때문에 사용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또한 호텔 내 와이파이 역시 신호가 약해 인터넷 사용이 어려웠으며, 유일하게 접속이 가능했던 곳은 중국, 러시아 국경 인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틈을 활용해 비오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북한 방문 소식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북, 5년 만에 서방여행사 직원들 맞아
방북 러 블로거 “평양 맥주가게 앞 긴 행렬”
비오 씨가 여행 중 조러친선각에서 찍은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 당시 사진이 걸려 있다. /비오 씨 제공
‘러시아 파병 소식’ 알고 있는 북한 가이드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 강화가 이번 여행에서도 감지되었습니다.
관광 일정 중에는 북러 국경지역에 위치한 ‘조러친선각’ 방문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비오 씨가 촬영한 사진에는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조러친선각은 ‘김일성의 집’으로도 불리며 1986년 김일성 주석의 소련 방문을 앞두고 양측 우호를 기념해 북한과 국경을 맞댄 하산 지역에 세워진 장소입니다.
북한 가이드들은 정치적 질문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일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비오 씨]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에게 장난스러운 질문을 하면, 그는 아마도 대답하지 말라는 조언을 당국으로부터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몇몇 사람들이 북한-러시아 관계에 대해 물어보았고, (러시아 파병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로 사람들이 파견되고 있다’ 정도의 간단한 답변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북한군 약 1만2천명이 러시아에 파병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한 여행객들은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서 헌화하고 묵념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비오 씨 제공
지난 23일은 북한에서 ‘광명성절’(김정일 생일)이었으며, 이 때문인지 관광 일정 중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되었습니다.
라선 시내 중심에 있는 언덕 위에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관광객들은 꽃을 사서 헌화하고, 반드시 묵념을 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비오 씨]우리가 첫 번째 관광객 그룹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했고, 모두 그렇게 했습니다.
이 밖에서도 투어 기간 동안 북한의 애국심과 김정은 우상화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들이 자주 ‘우리 위대한 지도자가 결정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김정은이 국민들에게 주택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의 업적을 강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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