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구출의 이면] ① 대가로 ‘위약금·영상저작권 동의’ 서약서 받는 선교회 > 최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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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아시아방송2024-04-17 04:40:00

[탈북민 구출의 이면] ① 대가로 ‘위약금·영상저작권 동의’ 서약서 받는 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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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탈북민들의 한국 입국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로 주목 받은 한 선교회가 탈북민들에게 구출을 대가로 일종의 위약금과 영상 저작권 동의를 요구하는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의 한 선교회가 탈북민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서약서(동의서)’라는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이 문건 상단에는 탈북민의 성명과 생년월일, 고향, 탈북 날짜가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위 본인은 탈북민으로서 A선교회의 구출을 요청하고 따라서 A선교(회)에서 요구하는 다음과 같은 모든 사항을 준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서약서 우측 하단에는 서명자(동의자)와 A선교회 대표 목사의 성명 및 지장이 찍혀 있습니다.
 
해당 서약서에 따르면 탈북민이 준수할 사항은 크게 2가지입니다.
 
‘3개월동안 순종함과 기쁨과 감사함으로 교육을 마친다’, ‘촬영된 모든 영상 일체 저작권이 A선교회에 있음을 동의하고 확인한다’ 등 입니다. 여기에 ‘저작권’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특정 영상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이 서약서에는 일종의 ‘위약금’ 조항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3개월간의 교육을 이수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들어갈 경우 한화 2,000만 원(미화 약 1만 4,000달러)의 구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준수사항을 어기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내 복수의 법조인들은 자유아시아방송에 해당 서약서에 한국 민법의 제104조,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일종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신앙교육 미이수시 2,000만 원을 물어내야 한다는 조항은 기본권 가운데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탈북민들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한 사례이기 때문에 문제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당사자 간 동의 하에 이뤄진 서약서의 형태를 띠고 있어 이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A선교회를 통해 중국에 거주 중이던 친척을 한국으로 구출한 탈북민 이수빈 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척이 서약서의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장을 찍었다며 “모든 게 두려운 상황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서약에 응했던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선교회를 통해 친척을 구출한 탈북민 이수빈 씨. /RFA PHOTO

 
특히 해당 선교회가 탈북민 구출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같은 장면을 수차례 재촬영했다고도 말하며 촬영에 민감한 탈북민을 영상에 담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탈북민 이수빈 씨: 성경 공부하는 모습, 율동을 하는 모습,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 마음에 안 들면 계속 다시 찍고, 다시 찍고, 다시 찍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척은 많이 아픈 상태였는데 그런 걸 자꾸 찍는다고 하니까 마지막에는 짜증이 났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오래 살다가, 또 중국에서 오래 살다가 오신 분들은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런 걸 힘들어도 받아들이는 거에요.
 
특히 이 씨는 A 선교회에 친척 구출 비용으로 한화 1,650만 원(미화 약 1만 2,000달러)을 지급했는데 서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습니다. 이 씨는 “이 선교회는 탈북민들을, 모금한 후원금 등으로 구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단체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며 “친척은 한국에 입국한 뒤 교계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탈북민들에게 이 같은 서약서를 받은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됩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탈북민들을 이동시키는 일부 브로커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겁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선임연구위원은 “신변의 안전이 위험에 처해 있고, 어떻게든 한국으로 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종의 대등한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며 “종교적 후원을 받고 있고 그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단체라면 이런 방식은 용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도 해당 서약서가 일반적인 선교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탈북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악용해서 어떤 금전적인 부분, 손해배상 제기 등을 하거나 그걸 이용해 신앙적인 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원래의 (종교적)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서약서를 일종의 인권침해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의 말입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 서약서를 쓴 부분은 저는 탈북민으로서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북한을 탈출해서 아무런 보장 없이 목숨 걸고 탈출했고 이런 상황에서 서약서를 받아내는 부분이 약자에 대한 일종의 침해라고 봅니다. 탈북민에 대한 인권 유린이 아니냐, 굳이 그렇게 받아내야 하는 거냐,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A선교회는 최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탈북민 구출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에서 탈북민 일가족을 구출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선교회 홈페이지에는 “대부분의 브로커들은 탈북민들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기에 위급 상황 발생 시 탈북민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며 “A선교회는 탈북민 구출 시 브로커를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탈북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소개글이 게재돼 있습니다. 또한 ‘쉰들러 리스트’ 사역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쉰들러 리스트’는 독일 사업가로 과거 나치 독일에 인권 유린을 당하던 유대인들을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바쳐서 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A선교회의 대표 목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탈북민들로부터 서약서를 받은 이유에 대해 “코로나 이후 탈북 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수천만 원을 들여 구출하면 성경 공부를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도망가거나 한국에서도 모른 채 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상당수의 선교회들도 서약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RFA 취재 결과, 탈북민 구출을 벌이는 일부 종교단체들은 실제 선교의 목적으로 탈북민들에게 신앙 교육을 이수하겠다는 약속이나 일종의 각서를 받아왔습니다. 다만 A선교회의 서약서처럼 ‘위약금’이나 ‘영상 저작권 동의’와 같이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명시된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A선교회의 대표 목사는 영상 저작권 조항을 넣은 부분에 대해 “특별한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서약서에서 해당 표현을 수정해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이 목사는 “최근 구출한 탈북민 중에 서약서를 어긴 사람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떤 비용을 받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며 상징적인 의미에서 위약금 조항을 넣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앵커: 최근 탈북민들의 한국 입국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로 주목 받은 한 선교회가 탈북민들에게 구출을 대가로 일종의 위약금과 영상 저작권 동의를 요구하는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의 한 선교회가 탈북민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서약서(동의서)’라는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이 문건 상단에는 탈북민의 성명과 생년월일, 고향, 탈북 날짜가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위 본인은 탈북민으로서 A선교회의 구출을 요청하고 따라서 A선교(회)에서 요구하는 다음과 같은 모든 사항을 준수할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서약서 우측 하단에는 서명자(동의자)와 A선교회 대표 목사의 성명 및 지장이 찍혀 있습니다.
 
해당 서약서에 따르면 탈북민이 준수할 사항은 크게 2가지입니다.
 
‘3개월동안 순종함과 기쁨과 감사함으로 교육을 마친다’, ‘촬영된 모든 영상 일체 저작권이 A선교회에 있음을 동의하고 확인한다’ 등 입니다. 여기에 ‘저작권’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특정 영상을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읽힙니다.
 
이 서약서에는 일종의 ‘위약금’ 조항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3개월간의 교육을 이수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들어갈 경우 한화 2,000만 원(미화 약 1만 4,000달러)의 구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준수사항을 어기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내 복수의 법조인들은 자유아시아방송에 해당 서약서에 한국 민법의 제104조,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일종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신앙교육 미이수시 2,000만 원을 물어내야 한다는 조항은 기본권 가운데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탈북민들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한 사례이기 때문에 문제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당사자 간 동의 하에 이뤄진 서약서의 형태를 띠고 있어 이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A선교회를 통해 중국에 거주 중이던 친척을 한국으로 구출한 탈북민 이수빈 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친척이 서약서의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장을 찍었다며 “모든 게 두려운 상황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서약에 응했던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선교회를 통해 친척을 구출한 탈북민 이수빈 씨. /RFA PHOTO

 
특히 해당 선교회가 탈북민 구출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같은 장면을 수차례 재촬영했다고도 말하며 촬영에 민감한 탈북민을 영상에 담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탈북민 이수빈 씨: 성경 공부하는 모습, 율동을 하는 모습,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 마음에 안 들면 계속 다시 찍고, 다시 찍고, 다시 찍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친척은 많이 아픈 상태였는데 그런 걸 자꾸 찍는다고 하니까 마지막에는 짜증이 났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오래 살다가, 또 중국에서 오래 살다가 오신 분들은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런 걸 힘들어도 받아들이는 거에요.
 
특히 이 씨는 A 선교회에 친척 구출 비용으로 한화 1,650만 원(미화 약 1만 2,000달러)을 지급했는데 서약서에 위약금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습니다. 이 씨는 “이 선교회는 탈북민들을, 모금한 후원금 등으로 구출하는 것으로 유명한 단체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며 “친척은 한국에 입국한 뒤 교계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탈북민들에게 이 같은 서약서를 받은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됩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탈북민들을 이동시키는 일부 브로커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겁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선임연구위원은 “신변의 안전이 위험에 처해 있고, 어떻게든 한국으로 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종의 대등한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며 “종교적 후원을 받고 있고 그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단체라면 이런 방식은 용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도 해당 서약서가 일반적인 선교의 목적에서 벗어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 탈북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악용해서 어떤 금전적인 부분, 손해배상 제기 등을 하거나 그걸 이용해 신앙적인 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원래의 (종교적)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서약서를 일종의 인권침해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의 말입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장: 서약서를 쓴 부분은 저는 탈북민으로서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북한을 탈출해서 아무런 보장 없이 목숨 걸고 탈출했고 이런 상황에서 서약서를 받아내는 부분이 약자에 대한 일종의 침해라고 봅니다. 탈북민에 대한 인권 유린이 아니냐, 굳이 그렇게 받아내야 하는 거냐,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A선교회는 최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탈북민 구출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에서 탈북민 일가족을 구출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선교회 홈페이지에는 “대부분의 브로커들은 탈북민들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기에 위급 상황 발생 시 탈북민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며 “A선교회는 탈북민 구출 시 브로커를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탈북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소개글이 게재돼 있습니다. 또한 ‘쉰들러 리스트’ 사역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쉰들러 리스트’는 독일 사업가로 과거 나치 독일에 인권 유린을 당하던 유대인들을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바쳐서 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A선교회의 대표 목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탈북민들로부터 서약서를 받은 이유에 대해 “코로나 이후 탈북 비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수천만 원을 들여 구출하면 성경 공부를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도망가거나 한국에서도 모른 채 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상당수의 선교회들도 서약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RFA 취재 결과, 탈북민 구출을 벌이는 일부 종교단체들은 실제 선교의 목적으로 탈북민들에게 신앙 교육을 이수하겠다는 약속이나 일종의 각서를 받아왔습니다. 다만 A선교회의 서약서처럼 ‘위약금’이나 ‘영상 저작권 동의’와 같이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 명시된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A선교회의 대표 목사는 영상 저작권 조항을 넣은 부분에 대해 “특별한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서약서에서 해당 표현을 수정해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이 목사는 “최근 구출한 탈북민 중에 서약서를 어긴 사람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떤 비용을 받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는다”며 상징적인 의미에서 위약금 조항을 넣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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