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2024-08-27 22:32:10
북, 새로 출시한 동전 교환 왜 멈췄나?
앵커 :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은 근로자와 공무원의 기본 월급을 파격적으로 인상했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새로운 동전을 출시했으나 현재는 보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인지,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재 북한의 화폐는 2009년 11월, 화폐 개혁 이후 개편된 체제로 공식적으로는 지폐 9종(5원, 10원, 50원, 100원, 200원, 500원, 1천원, 2천원, 5천원)과 동전 4~5종(1전,5전,10전,50전,1원->5원, 10원, 50원과 100원)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물가가 높아지며 지급 능력을 상실한 동전은 거의 통용되지 않고 지폐는 500원(00.5달러)권 이상이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에서 새로 발행한 500원(00.5달러), 1천 원(0.10달러), 2천 원(0.20달러)짜리 동전 사진을 확보한 것은 올해 2월 초입니다.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을 3만 원(30.6달러)으로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습니다.
사진으로 전해진 북한 동전은 모두 은색으로 앞면에는 숫자, 뒷면에는 버스나 궤도 전차(5백원) 또 국장(1천원, 2천원)이 새겨져 있습니다. 또 1천원 동전에 새겨진 발행 날짜는 주체 111년(2022년)이지만 이것으로 동전의 유통 날짜를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 이후인 2010년, 5원부터 10원, 50원과 100원까지 총 4종의 지폐를 동일 액수의 동전으로 출시한 바 있는데 당시 동전에 새겨진 발행 연도가 2005년이었던 사례를 감안하면 시중에 유통하기 전에 동전이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4일 “올해 초부터 500원(00.5달러), 1천 원(0.10달러), 2천 원(0.20달러)짜리 쇠돈(동전)이 출시돼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동전을 출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기존의 종이돈(지폐)이 이제는 너무도 낡아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하다 보니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쇠돈은 마구 다루어도 쉽게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종이돈보다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앙의 설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같은 쇠돈이 “매일 장사가 끝나면 헤진 종이돈을 붙이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던 장사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쇠돈이 민간에 많이 풀리지 않아 쉽게 구경할 수 없고 지금은 은행에서 교환해 주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쇠돈의 교환이 멈춘 배경으로 주민들 사이에 예상치 못한 혼란이 야기된 점을 꼽았습니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1천 원과 2천 원권 지폐, 장사꾼들은 매일 일과를 헤진 종이돈을 붙이며 마무리한다. /RFA PHOTO-김지은
소식통은 “평양에서는 2월 1일부터 종이돈과 쇠돈(동전)을 교환해 주었고, 지방에서는 2월 4일부터 교환해 주었다”면서 “그러나 쇠돈 교환을 화폐교환으로 착각한 주민들이 큰 혼란에 빠지자 아무런 설명도 없이 2월 9일부터 쇠돈 교환을 중단해 버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기존 화폐의 유통을 정지시키고 새화폐를 강제로 유통시키기 위해 구화폐와 신화폐를 단기간에 교환하도록 하는화폐개혁을 화폐교환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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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6일 “비록 며칠이긴 했지만 종이돈을 쇠돈으로 바꾸어 주던 2월 초, 2009년과 같은 화폐교환을 우려한 주민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장마당과 국영상점으로 몰리면서 학교와 병원, 상점과 같은 국가시설들이 한때 운영을 중단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다행히 2월 9일, 쇠돈 교환이 중단되면서 혼란은 수그러들었으나 주민들은 지금도 기습적인 화폐교환이 있지 않을까 극도로 예민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혼란에 대해 소식통은 “주민들이 2009년 화폐 개혁 시기를 떠올렸기 때문”이라면서 “아직도 주민들은 2009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2009년 11월 31일, 기습적인 화폐개혁을 강행하면서 구권과 신권을 100:1로 교환해 주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화폐교환 시기를 12월 6일까지 한주일로 한정 짓고, 교환 가능한 금액도 세대당 10만 원(2009년 시세, 약 28달러)으로 제한했습니다.
이로 인해 평생 모은 현금 재산을 날린 수많은 주민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화폐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던 2011년 말까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또 주민들은 신뢰가 가지 않는 내화(북한돈)보다 중국 인민폐나 달러와 같은 외화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사연을 가진 주민들이 쇠돈 교환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당시의 혼란을 경험했던 중앙에서도 쇠돈 교환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의 화폐를 가지고는 주민 생활도 국가 경제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종이돈을 쇠돈으로 바꾸고,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중앙에서도 화폐의 안정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쇠돈 교환에서 확인했듯 주민들이 당국에 갖는 신뢰는 낮고 불안 심리는 여전해 당국이 바라는 내화(북한돈)를 중심으로 한 화폐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앵커 :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은 근로자와 공무원의 기본 월급을 파격적으로 인상했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새로운 동전을 출시했으나 현재는 보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배경은 무엇인지,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재 북한의 화폐는 2009년 11월, 화폐 개혁 이후 개편된 체제로 공식적으로는 지폐 9종(5원, 10원, 50원, 100원, 200원, 500원, 1천원, 2천원, 5천원)과 동전 4~5종(1전,5전,10전,50전,1원->5원, 10원, 50원과 100원)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물가가 높아지며 지급 능력을 상실한 동전은 거의 통용되지 않고 지폐는 500원(00.5달러)권 이상이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에서 새로 발행한 500원(00.5달러), 1천 원(0.10달러), 2천 원(0.20달러)짜리 동전 사진을 확보한 것은 올해 2월 초입니다. 지난해 말,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의 기본 월급을 3만 원(30.6달러)으로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습니다.
사진으로 전해진 북한 동전은 모두 은색으로 앞면에는 숫자, 뒷면에는 버스나 궤도 전차(5백원) 또 국장(1천원, 2천원)이 새겨져 있습니다. 또 1천원 동전에 새겨진 발행 날짜는 주체 111년(2022년)이지만 이것으로 동전의 유통 날짜를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 이후인 2010년, 5원부터 10원, 50원과 100원까지 총 4종의 지폐를 동일 액수의 동전으로 출시한 바 있는데 당시 동전에 새겨진 발행 연도가 2005년이었던 사례를 감안하면 시중에 유통하기 전에 동전이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4일 “올해 초부터 500원(00.5달러), 1천 원(0.10달러), 2천 원(0.20달러)짜리 쇠돈(동전)이 출시돼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동전을 출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기존의 종이돈(지폐)이 이제는 너무도 낡아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하다 보니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쇠돈은 마구 다루어도 쉽게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종이돈보다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앙의 설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같은 쇠돈이 “매일 장사가 끝나면 헤진 종이돈을 붙이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던 장사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쇠돈이 민간에 많이 풀리지 않아 쉽게 구경할 수 없고 지금은 은행에서 교환해 주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쇠돈의 교환이 멈춘 배경으로 주민들 사이에 예상치 못한 혼란이 야기된 점을 꼽았습니다.
북한에서 유통되는 1천 원과 2천 원권 지폐, 장사꾼들은 매일 일과를 헤진 종이돈을 붙이며 마무리한다. /RFA PHOTO-김지은
소식통은 “평양에서는 2월 1일부터 종이돈과 쇠돈(동전)을 교환해 주었고, 지방에서는 2월 4일부터 교환해 주었다”면서 “그러나 쇠돈 교환을 화폐교환으로 착각한 주민들이 큰 혼란에 빠지자 아무런 설명도 없이 2월 9일부터 쇠돈 교환을 중단해 버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기존 화폐의 유통을 정지시키고 새화폐를 강제로 유통시키기 위해 구화폐와 신화폐를 단기간에 교환하도록 하는화폐개혁을 화폐교환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기사>
북한 돈 건재한 배경은 ‘거스름돈’ 때문?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원화와 거스름돈
북, 철수한 중국파견 노동자 월급 ‘돈표’로 지급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6일 “비록 며칠이긴 했지만 종이돈을 쇠돈으로 바꾸어 주던 2월 초, 2009년과 같은 화폐교환을 우려한 주민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장마당과 국영상점으로 몰리면서 학교와 병원, 상점과 같은 국가시설들이 한때 운영을 중단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전했습니다.
“다행히 2월 9일, 쇠돈 교환이 중단되면서 혼란은 수그러들었으나 주민들은 지금도 기습적인 화폐교환이 있지 않을까 극도로 예민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혼란에 대해 소식통은 “주민들이 2009년 화폐 개혁 시기를 떠올렸기 때문”이라면서 “아직도 주민들은 2009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2009년 11월 31일, 기습적인 화폐개혁을 강행하면서 구권과 신권을 100:1로 교환해 주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화폐교환 시기를 12월 6일까지 한주일로 한정 짓고, 교환 가능한 금액도 세대당 10만 원(2009년 시세, 약 28달러)으로 제한했습니다.
이로 인해 평생 모은 현금 재산을 날린 수많은 주민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화폐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던 2011년 말까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또 주민들은 신뢰가 가지 않는 내화(북한돈)보다 중국 인민폐나 달러와 같은 외화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사연을 가진 주민들이 쇠돈 교환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당시의 혼란을 경험했던 중앙에서도 쇠돈 교환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의 화폐를 가지고는 주민 생활도 국가 경제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종이돈을 쇠돈으로 바꾸고,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중앙에서도 화폐의 안정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쇠돈 교환에서 확인했듯 주민들이 당국에 갖는 신뢰는 낮고 불안 심리는 여전해 당국이 바라는 내화(북한돈)를 중심으로 한 화폐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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