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2024-04-02 03:00:00
북 MZ세대 해외노동자 집단행동에 당국 ‘골머리’
앵커 : 중국에 이어 아프리카 콩고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이 사건 중심에는 북한 세대교체 주역인 장마당 세대 즉 북한 MZ세대 청년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외화벌이해야 하는 북한 당국 입장으로는 젊고 건강한 청년 노동자를 원하는 현지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진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월 중국 길림성 의류 제조 및 해산물 가공 공장 임금체불로 북한 노동자 수백 명이 기물 파손 등 거친 항의, 2월 중국 요녕성 의류 가공 공장에서 귀국 일정 지연으로 북한 노동자 10여 명이 출근 거부 및 파업, 3월에는 아프리카 콩고 공화국 건설 현장에서 귀국 일정 지연으로 북한 노동자 수십 명이 집단행동.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번꼴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소식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이들 대부분이 현재 20~40대인 북한 장마당 세대,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라는 겁니다.
고영환 통일부 특별보좌역이 북한 소식통에게서 들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들의 집단행동을 연이어 보도한 일본 산케이 신문은 해당 소식통 말을 인용해 “콩고 건설 현장에서의 집단행동 역시 북한 당국이 30세 이하 해외 파견 노동자 전원을 귀국시키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현장 책임자들이 외화벌이 등을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해당 노동자들이 이에 반발해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1월 중국에서 벌어진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10만여 명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 사이의 집단행동에 관한 소문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불만 쌓인 현실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새어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러시아 내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20대 전후 장마당 세대 남성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스마트폰(손전화)을 이용해 모두가 개별적으로 일을 구해야 하는 노동 환경이기 때문에 비교적 외부 문물에 많이 노출돼 있고 또 이를 통제할 방법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조한범] 러시아 (파견 노동자)는 거의 100% 남자고 아주 어린 18세 전후의 주로 건설 노동자예요. 이 노동자들은 수십 명 수백 명이 나가서 집단 합숙을 하면서 각자 노동을 해서 개별적으로 날품팔이를 해 오는 형태가 많아요. 그러려면 핸드폰으로 연락해야 할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나와서 날품팔이를 하는 데 전화 통화가 안 되면 어떡해요. 그러니까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 검증하려고는 하겠죠. 그런데 그걸 원천적으로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요, 러시아는 할 수가 없어요.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은 러시아 내 노동자들의 상황을 뒷받침하며, 해외에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장마당 세대 북한 노동자들은 과거 고난의 행군 이전 세대와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동완] (장마당 세대인 북한 해외 노동자) 이들은 현지에서 스마트폰(손전화)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 외부 정보에 접하는 빈도가 상당히 높고 남한의 경제 발전상이나 또 자유라는 민주주의 (개념 등)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굉장히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1987년에 태어나 북한에서 소위 장마당 세대이자 보위부원으로서 직무를 맡았던 정현철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씨. 정 씨는 지난달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 지난 1월 중국 파견 공장에서 집단행동을 주도한 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돼 본국에 송환된 소식을 들었다며, 북한 당국의 본 보기식 처벌이 당분간 해외 노동자들의 심리를 압박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현철(2016년 탈북, 장마당 세대 탈북민)] 자기는 자꾸 뭘 알고 싶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데 그걸 강압적으로 통제하니까 거기서 마찰은 있겠지만 아마 (당분간 관리인들) 그 앞에서는 순종을 할 거예요. 물론 뒤에 가서는 뭐라고 (계속해 불평불만) 하겠죠. 보위 일꾼들이나 이런 사람한테 잘못 걸리면 상급에 보고해서 다시 끌고 들어가고 하니까 그거는 뭐 (개인적으로 당분간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1999년 오십이 다 된 나이에 고난의 행군을 피해 러시아 해외 노동자로 파견 갔다가 2016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최태선 씨. 최 씨는 최근 벌어지는 장마당 세대 북한 노동자들의 소식을 들으며 북한도 분명 세대가 변했다는 데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최태선] 김일성, 김정일을 모르니까 장마당에서 자랐으니까 (불합리한 걸 참는걸) 모른다고. 이제 (북한 장마당 세대) 얘네들이 일어난다고. 아무리 김정은이 그걸 막으려고 죽이고 해도 못 막아요. (자신의) 자유를 찾아선 상관해요? 이제 (북한 변화를 보면) 강물이 대하의 흐름은 못 막아요.
강동완 교수는 이런 세대 특징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번에 ‘30세 이하 해외 파견 노동자 전원 귀국’과 같은 초강력 지침을 내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현지 상황과는 동떨어진 조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도 현재 상황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강동완] (장마당 세대인 북한 해외 노동자) 이들은 노동 현장에서 열악한 인권 침해 상황에 내몰리게 되다 보니까 무엇보다 50대, 특히 60대 이런 분들에 비해서는 저항이라든지 또 자기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굉장히 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북한 당국으로서는 굉장히 통제하기가 사실 어려운 부분도 있고, 그렇지만 또 현장에서 선호하는 인력들의 연령대를 본다면 파견하지 않을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으로서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되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초 북한 노동자 300여 명이 철도를 이용해 러시아에 도착하는가 하면, 3월에는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 간 고려항공 노선이 주 2회에서 3회로 증편되는 등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을 러시아로 꾸준히 파견하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노동자들을 수십 년간 통제하고 감시하며 외화벌이를 이어온 북한 당국의 관행에 혈기 왕성한 MZ세대 해외 노동자들의 저항이 곳곳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또다시 어디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터져 나올지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에디터 조진우, 웹 이경하
앵커 : 중국에 이어 아프리카 콩고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이 사건 중심에는 북한 세대교체 주역인 장마당 세대 즉 북한 MZ세대 청년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외화벌이해야 하는 북한 당국 입장으로는 젊고 건강한 청년 노동자를 원하는 현지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진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월 중국 길림성 의류 제조 및 해산물 가공 공장 임금체불로 북한 노동자 수백 명이 기물 파손 등 거친 항의, 2월 중국 요녕성 의류 가공 공장에서 귀국 일정 지연으로 북한 노동자 10여 명이 출근 거부 및 파업, 3월에는 아프리카 콩고 공화국 건설 현장에서 귀국 일정 지연으로 북한 노동자 수십 명이 집단행동.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번꼴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소식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이들 대부분이 현재 20~40대인 북한 장마당 세대,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라는 겁니다.
고영환 통일부 특별보좌역이 북한 소식통에게서 들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들의 집단행동을 연이어 보도한 일본 산케이 신문은 해당 소식통 말을 인용해 “콩고 건설 현장에서의 집단행동 역시 북한 당국이 30세 이하 해외 파견 노동자 전원을 귀국시키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현장 책임자들이 외화벌이 등을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해당 노동자들이 이에 반발해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1월 중국에서 벌어진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이 정보를 통제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10만여 명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 사이의 집단행동에 관한 소문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불만 쌓인 현실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새어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러시아 내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20대 전후 장마당 세대 남성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스마트폰(손전화)을 이용해 모두가 개별적으로 일을 구해야 하는 노동 환경이기 때문에 비교적 외부 문물에 많이 노출돼 있고 또 이를 통제할 방법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조한범] 러시아 (파견 노동자)는 거의 100% 남자고 아주 어린 18세 전후의 주로 건설 노동자예요. 이 노동자들은 수십 명 수백 명이 나가서 집단 합숙을 하면서 각자 노동을 해서 개별적으로 날품팔이를 해 오는 형태가 많아요. 그러려면 핸드폰으로 연락해야 할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나와서 날품팔이를 하는 데 전화 통화가 안 되면 어떡해요. 그러니까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 검증하려고는 하겠죠. 그런데 그걸 원천적으로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요, 러시아는 할 수가 없어요.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은 러시아 내 노동자들의 상황을 뒷받침하며, 해외에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장마당 세대 북한 노동자들은 과거 고난의 행군 이전 세대와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동완] (장마당 세대인 북한 해외 노동자) 이들은 현지에서 스마트폰(손전화)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 외부 정보에 접하는 빈도가 상당히 높고 남한의 경제 발전상이나 또 자유라는 민주주의 (개념 등)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확산하고 있는 것도 굉장히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차이점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1987년에 태어나 북한에서 소위 장마당 세대이자 보위부원으로서 직무를 맡았던 정현철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 요청) 씨. 정 씨는 지난달 3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 지난 1월 중국 파견 공장에서 집단행동을 주도한 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돼 본국에 송환된 소식을 들었다며, 북한 당국의 본 보기식 처벌이 당분간 해외 노동자들의 심리를 압박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현철(2016년 탈북, 장마당 세대 탈북민)] 자기는 자꾸 뭘 알고 싶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데 그걸 강압적으로 통제하니까 거기서 마찰은 있겠지만 아마 (당분간 관리인들) 그 앞에서는 순종을 할 거예요. 물론 뒤에 가서는 뭐라고 (계속해 불평불만) 하겠죠. 보위 일꾼들이나 이런 사람한테 잘못 걸리면 상급에 보고해서 다시 끌고 들어가고 하니까 그거는 뭐 (개인적으로 당분간 효과는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1999년 오십이 다 된 나이에 고난의 행군을 피해 러시아 해외 노동자로 파견 갔다가 2016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최태선 씨. 최 씨는 최근 벌어지는 장마당 세대 북한 노동자들의 소식을 들으며 북한도 분명 세대가 변했다는 데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최태선] 김일성, 김정일을 모르니까 장마당에서 자랐으니까 (불합리한 걸 참는걸) 모른다고. 이제 (북한 장마당 세대) 얘네들이 일어난다고. 아무리 김정은이 그걸 막으려고 죽이고 해도 못 막아요. (자신의) 자유를 찾아선 상관해요? 이제 (북한 변화를 보면) 강물이 대하의 흐름은 못 막아요.
강동완 교수는 이런 세대 특징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번에 ‘30세 이하 해외 파견 노동자 전원 귀국’과 같은 초강력 지침을 내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현지 상황과는 동떨어진 조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도 현재 상황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강동완] (장마당 세대인 북한 해외 노동자) 이들은 노동 현장에서 열악한 인권 침해 상황에 내몰리게 되다 보니까 무엇보다 50대, 특히 60대 이런 분들에 비해서는 저항이라든지 또 자기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 굉장히 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북한 당국으로서는 굉장히 통제하기가 사실 어려운 부분도 있고, 그렇지만 또 현장에서 선호하는 인력들의 연령대를 본다면 파견하지 않을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으로서는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되는 거죠.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초 북한 노동자 300여 명이 철도를 이용해 러시아에 도착하는가 하면, 3월에는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 간 고려항공 노선이 주 2회에서 3회로 증편되는 등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을 러시아로 꾸준히 파견하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노동자들을 수십 년간 통제하고 감시하며 외화벌이를 이어온 북한 당국의 관행에 혈기 왕성한 MZ세대 해외 노동자들의 저항이 곳곳에서 새어 나오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 또다시 어디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터져 나올지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에디터 조진우, 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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