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2024-12-06 03:50:00
북, 결핵환자 늘어...약 구하기 ‘하늘에 별따기’
앵커: 식량가격이 올라 영양부족이 심하고 추위까지 겹치면서 북한에서 결핵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라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보건 부문의 열악성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에 병원은 갖추어져 있지만 의료 설비가 낙후하고 약품도 부족합니다. 최근 쌀 가격 등 급등하는 물가에 추위까지 닥치면서 결핵환자가 늘고 있지만 약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압록강 수해 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에 결핵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엊그제(12.2) 속도전청년돌격대 한 대대에서 30여 명이 한번에 결핵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1월 중순 대원 몇명이 고열과 기침이 심하고 맥이 없어 일을 못하겠다고 했으나 작업에 계속 동원되었다”며 “시간이 지나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대원이 부쩍 늘어나자 그때야 뭔가 이상하다고 보고 검진을 진행한 결과 수십 명이 결핵으로 진단받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두 명에게서 결핵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대책을 세웠으면 지금처럼 수십 명이 결핵에 전염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돌격대 지휘관들이 작업 실적 때문에 대원들의 생활과 건강을 등한시 한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그는 “추위가 시작되면 결핵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며 “특히 젊은 남자들이 결핵에 많이 걸리는데 우리 공장도 11월에 2명이 결핵으로 진단돼 예방원(결핵전문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집에서 직장을 다니는 일반 주민도 결핵에 쉽게 걸리는 데 집단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주야간 일에 내몰리는 돌격대 대부분이 워낙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다 보니 쉽게 결핵에 걸리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결핵에 한번 걸리면 거의 종신 결핵 환자로 살아야 하고 도중에 죽는 사람도 많다”며 “병원에 입원해도 약이 없어 미나리 즙을 대신 주는 정도”라고 강조했습니다.
메리놀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의 함제도 신부가 북한 결핵환자들과 함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의약품 앞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함제도 신부 제공
<관련기사>
WHO “지난해 북 결핵 환자 13만5천 명…7년째 고위험국”
코로나에 밀린 북 결핵 환자들 치료약 없어 죽어가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코로나 때 결핵환자가 대폭 늘어났는데 이후에도 결핵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흔히 사람들이 결핵은 먹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고 말한다”며 “주변에서 결핵에 걸리는 사람을 보면 대체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영양섭취가 힘든 사람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결핵에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지방에서 결핵 약을 구하기 어려운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과거 유엔에서 지원하던 의약품이 끊긴 후 인디아(인도)와 중국에서 결핵 약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이 마저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약국에 이런저런 약이 주렁주렁 진열돼 있지만 약초로 만든 동약(한약)이 대부분”이라며 “이틈을 타고 요즘 개인이 만든 가짜 이소(이소니아지드)가 성행하는 데 진짜 약 성분이 50%만 돼도 괜찮은 것으로 인정되는 판”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결핵 약인 이소니아지드가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있어 북한 주민들이 이 약을 살 때 라이터로 불을 태워보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일부 개인 약장사꾼들이 가짜 이소에 불이 잘 붙는 성분을 넣어 진짜처럼 속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 “내 친구는 결핵 약을 구하기 위해 국경지역에 사는 친척을 통해 중국에서 밀수로 결핵 약을 살 수 없는지 알아보기도 했다”며 “의사도 결핵 환자도 ‘유엔 지원물자로 한국에서 들어온 약이 제일 좋았다’며 한때 흔했던 한국 도츠약(결핵 치료제 키트)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10월 29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24 세계 결핵 보고서’는 2023년 기준으로 북한에 13만 5천명의 결핵 환자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천 명 증가한 것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앵커: 식량가격이 올라 영양부족이 심하고 추위까지 겹치면서 북한에서 결핵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라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보건 부문의 열악성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에 병원은 갖추어져 있지만 의료 설비가 낙후하고 약품도 부족합니다. 최근 쌀 가격 등 급등하는 물가에 추위까지 닥치면서 결핵환자가 늘고 있지만 약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압록강 수해 복구에 동원된 돌격대에 결핵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엊그제(12.2) 속도전청년돌격대 한 대대에서 30여 명이 한번에 결핵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11월 중순 대원 몇명이 고열과 기침이 심하고 맥이 없어 일을 못하겠다고 했으나 작업에 계속 동원되었다”며 “시간이 지나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대원이 부쩍 늘어나자 그때야 뭔가 이상하다고 보고 검진을 진행한 결과 수십 명이 결핵으로 진단받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두 명에게서 결핵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대책을 세웠으면 지금처럼 수십 명이 결핵에 전염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돌격대 지휘관들이 작업 실적 때문에 대원들의 생활과 건강을 등한시 한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그는 “추위가 시작되면 결핵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며 “특히 젊은 남자들이 결핵에 많이 걸리는데 우리 공장도 11월에 2명이 결핵으로 진단돼 예방원(결핵전문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집에서 직장을 다니는 일반 주민도 결핵에 쉽게 걸리는 데 집단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주야간 일에 내몰리는 돌격대 대부분이 워낙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다 보니 쉽게 결핵에 걸리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결핵에 한번 걸리면 거의 종신 결핵 환자로 살아야 하고 도중에 죽는 사람도 많다”며 “병원에 입원해도 약이 없어 미나리 즙을 대신 주는 정도”라고 강조했습니다.
메리놀 외방선교회 한국지부의 함제도 신부가 북한 결핵환자들과 함께 후원자들로부터 기증받은 의약품 앞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함제도 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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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흔히 사람들이 결핵은 먹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고 말한다”며 “주변에서 결핵에 걸리는 사람을 보면 대체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영양섭취가 힘든 사람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결핵에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지방에서 결핵 약을 구하기 어려운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과거 유엔에서 지원하던 의약품이 끊긴 후 인디아(인도)와 중국에서 결핵 약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이 마저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약국에 이런저런 약이 주렁주렁 진열돼 있지만 약초로 만든 동약(한약)이 대부분”이라며 “이틈을 타고 요즘 개인이 만든 가짜 이소(이소니아지드)가 성행하는 데 진짜 약 성분이 50%만 돼도 괜찮은 것으로 인정되는 판”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결핵 약인 이소니아지드가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있어 북한 주민들이 이 약을 살 때 라이터로 불을 태워보고 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일부 개인 약장사꾼들이 가짜 이소에 불이 잘 붙는 성분을 넣어 진짜처럼 속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이어 “내 친구는 결핵 약을 구하기 위해 국경지역에 사는 친척을 통해 중국에서 밀수로 결핵 약을 살 수 없는지 알아보기도 했다”며 “의사도 결핵 환자도 ‘유엔 지원물자로 한국에서 들어온 약이 제일 좋았다’며 한때 흔했던 한국 도츠약(결핵 치료제 키트)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10월 29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24 세계 결핵 보고서’는 2023년 기준으로 북한에 13만 5천명의 결핵 환자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천 명 증가한 것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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